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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약천사 숨비명상 (23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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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제주는 살을 에는 듯 차갑지만, 그만큼 명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투명하고 맑은 기운을 품고 있다.

지난 1월 25일부터 2박 3일간, 서귀포 바다를 마주한 약천사의 품 안에서 숨비명상 템플스테이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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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이 이 고요한 도량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삶의 거친 파도 속에서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사연은 제각기 달랐으나, 그 깊은 곳에 자리한 치유에 대한 갈망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특히 먼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날아온 한 참가자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겼다.

타지에서의 고된 근무와 귀국에 대한 불안,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 속에서 그녀는 신경쇠약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홀로 감내하고 있었다.

혼자라는 두려움에 몇 번이나 예약을 취소할까 망설였지만, 그녀는 결국 용기를 내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 대신 제주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녀는 비로소 가슴속에 억눌러왔던 묵직한 숨을 토해냈다.

우리는 함께 걷고, 함께 침묵했다. 산행 후 꽁꽁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유명한 김밥을 사서 부처님 전에 올리는 그 소박한 의식들을 통해 잊고 지냈던 일상의 기쁨을 회복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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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참가자는 남들이 부러워할 외모와 환경을 가졌음에도, 타인의 시선이라는 투명한 감옥에 갇혀 있었다.

걷는 모습조차 남을 의식하느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경직되어 있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보이는 나'가 아닌 '존재하는 나'를 자각하는 일이었다.

숲길을 걸으며 나는 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보폭을 맞추었다.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제주의 숲과 바다는 그들에게 묵묵히 배경이 되어주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비로소 타인의 눈이 아닌 내면의 눈을 뜨는 법을 익혔다.

명상은 현실을 피해 달아나는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차가운 현실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약천사의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소외된 마음들을 서로 따뜻하게 보듬고, 회색빛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있던 그 뒷모습들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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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은 곳에서 전복을 따고 올라와 참았던 숨을 내뱉는 해녀의 숨비소리처럼, 이번 템플스테이가 참가자들에게 삶의 수면 위로 올라와 생명의 숨을 내쉬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올 때보다 한결 가벼워졌음을, 그 맑아진 눈빛이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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