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일, 제주 약천사의 밤은 유난히 깊고 어둡다. 불 꺼진 법당 안, 희미한 조명 아래 묵직하게 앉아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공간을 채운다.

그는 혼자서 이곳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아 친구를 대동하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소위 '번아웃'이 오기 직전, 마음의 퓨즈가 툭 하고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동안 답답한 마음에 여러 템플스테이를 찾아다녔지만, 무작정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지도 방식은 오히려 그에게 더 큰 답답함만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 절박함과는 대조적으로, 함께 온 친구의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 명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얼굴에는 "제주도까지 와서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나" 하는 불만이 역력하다.
원래대로라면 이튿날 아침 바다로 나가 걷기 명상을 이어가야 했지만, "제주에 왔으니 놀러나 가자"는 친구의 현실적인 성화에 결국 아침 수련은 무산되고 말았다.
치유를 원하는 자와 놀기를 원하는 자의 동행은 그렇게 삐걱거렸지만, 전날 밤 선명상 시간만큼은 그에게 각별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유독 남성 참가자들은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서야 이곳을 찾는다.

여성들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예방 차원에서 오기도 하지만, 남성들은 혼자 오는 것을 어려워하다가 정말 "완전히 가기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마지막 심정으로 문을 두드린다.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방치하다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몰려서야 비로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그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그래서 더욱 애처롭고 무겁게 다가온다.
비록 친구의 손에 이끌려 관광을 떠났지만, 그는 해인사에서 이어질 숨비명상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만약 해인사로 온다면 자원봉사를 조건으로 비용을 대신하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 객실을 내어줄 수도 있다고 넌지시 치유의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붉어진 눈으로 거친 숨을 고르던 그 짧은 시간이, 다시 일상을 버텨낼 작은 숨구멍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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