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아스라이 스며드는 제주의 푸른 3월, 낡은 겨울을 밀어내듯 굳어진 사유의 틀을 부수기 위한 치열하고도 거룩한 여정이 무사히 막을 내린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밀도 높게 이어진 이번 무두선(無頭禪) 특강에는 제주 곳곳에서 생명력을 품고 활동해 온 아홉 명의 명상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결연히 출석했다.

자격증이라는 알량한 세속의 증명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명상의 최종 버전은, 그 이름이 품은 서늘한 뜻 그대로 내 머릿속에 화석처럼 박힌 고정관념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날려버리는 가장 치열하고도 맹렬한 쇄신의 과정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나'와 '나 아닌 것'으로 철저히 분리하여 바라보고 분석하는 서양의 이분법적 사유 체계에 너무도 깊이 길들어 있다.
하지만 명상의 가장 깊은 끝자락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내 마음의 영토 안으로 고스란히 끌어들여 주시하는 동아시아적 심안(心眼)으로의 거대한 전환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밖에서 날아오는 매서운 화살을 물리적인 힘으로 막아 멈추려 발버둥 치는 대신, 그 두려운 대상마저 내 마음 안으로 펑 찍어 들여와 스스로 그 동력을 잃고 멈추게 하듯 말이다.
참가자들은 익숙하게 주워섬기던 낡은 불교의 용어들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낯설게 비틀어 보며 마음 밑바닥에 두껍게 가라앉은 관념의 찌꺼기들을 하나씩 덜어낸다.
선종의 오래된 공안 속에 깊이 숨겨진 쥐와 고양이의 은유를 예리하게 풀어내고, 특정한 형상이나 관념에 억눌려 있던 낡은 부처관을 시원하게 베어 날려버린다.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마치 티 없이 맑은 수정 구슬처럼 투명한 마음의 바닥을 고요히 확인하는 치열한 문답의 시간이다.
오직 축적된 지식과 건조한 정보로만 가득 차 있던 참가자들의 굳은 눈빛은, 스승과 제자가 불꽃처럼 맞부딪히는 이 낯선 문답의 궤적 속에서 비로소 본연의 생기를 띠며 새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모든 판단의 근거를 제로 베이스로 완전히 소거하고, 아무런 문도 길도 없는 텅 빈 허공 위에 벌거벗은 채로 서기를 결단한 그들의 굳센 용기에 깊고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가장 절망적일 수 있는 통관의 세계에 스스로 발을 들여 이틀간의 치열했던 낯선 문답을 통과한 뒤 터져 나오는 참가자들의 헛기침 섞인 숨소리에는, 낡은 에고의 껍질을 미련 없이 벗어던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절대적인 가벼움이 온전히 배어 있다.
이제 제주의 뜨거웠던 열기를 거룩한 마중물 삼아, 다가오는 3월 15일부터 다시 멈추지 않는 위대한 항해를 시작한다.
화두공안 무두선의 7관문부터는 기존의 맹렬한 참가자들과 함께 더욱 깊고 서늘한 내면의 심연으로 거침없이 노를 저어갈 예정이다.
끝까지 살아남아 스스로의 바닥을 낱낱이 점검받고, 마침내 진정한 의식의 무한한 자유를 쟁취하게 될 그들의 험난하고도 눈부신 행보를 묵묵히 기대한다.
세상의 모든 알량한 틀을 맹렬히 부수고 다시 세우는 이 무자(無字)의 거룩한 망치질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남아, 낡은 관념에 갇힌 우리의 삶을 시원하게 깨워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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