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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숨비명상

제주도 서귀포 약천사에 완연한 봄기운이 아스라이 스며들던 지난 3월 8일, 오롯이 내면의 맑은 바닥을 마주하기 위한 2박 3일간의 숨비명상 여정이 고요히 시작되었다.

이번 일정은 세상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진 듯한 오십 대의 여성 분을 오롯이 모시고 진행된, 지극히 깊고도 맹렬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첫날 저녁 7시, 고즈넉한 사찰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두 시간의 마음챙김 명상으로 첫 호흡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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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마주 앉은 낯선 공간 속에서, 그녀는 감정을 잃어버린 듯 표정이 굳어 있었고 시선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할 만큼 극도의 긴장과 불안 속에 웅크려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응시하는 낯선 과정이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는 듯했지만, 섣불리 그 침묵을 깨는 대신 그녀 스스로 고요한 마음의 속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묵묵히 그 곁을 지키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탁 트인 제주의 절경을 품은 외돌개로 걸음을 옮겨 바다 명상과 걷기 명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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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뺨을 스치는 짠내 섞인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는 동안, 전날 밤 잔뜩 움츠러들었던 그녀의 거친 호흡도 조금씩 규칙적이고 편안한 리듬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오후에는 굳어버린 육신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요가의 시간을 조용히 가진 뒤, 싱잉볼의 맑은 파동을 그녀의 텅 빈 내면으로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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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고 신비로운 진동이 영혼의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잠시 후 깊은 단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오랜만에 너무도 잘 잤다"며 맑아진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무거운 긴장과 번뇌 속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삶의 지독한 피로가, 싱잉볼의 투명한 울림과 함께 눈 녹듯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 것이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이어진 지혜 명상의 시간, 그녀는 비로소 굳게 닫혀 있던 내면의 깊은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어 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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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통제 불능의 분노를 폭발할 때 겪어야 했던 오랜 무력감과 지독한 답답함을 고통스럽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 쏟아지는 아픔 앞에서, 타인의 행동을 탓하며 밖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 '왜 내 안에서 이토록 거센 분별과 두려움이 일어나는가'를 먼저 투명하게 들여다볼 것을 조용히 권했다.

또한 누군가 맹렬히 화를 낼 때는 그 불길에 억지로 맞서거나 섣불리 개입하여 통제하려 들기보다, 스스로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는 무위(無爲)의 결단이야말로 상황을 진정시키고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지혜임을 일러 주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삶의 궤적을 묵묵히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정의 마지막 날 오전, 맑은 생명력을 머금은 제주의 푸른 산으로 들어가 산 명상과 걷기 명상으로 2박 3일의 치열했던 궤적을 마무리했다.

한 명의 수행자를 위해 세세한 마음의 안내까지 온전히 도맡아야 했던 산과 바다를 오가는 강행군은, 지도자로서 체력적으로 다소 고단하고 피로한 행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란히 숲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맑은 문답을 나누는 사이, 첫날 굳게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어두운 무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부신 생기만이 피어나 있었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소란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이 낯선 명상의 길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비워내고 배운다"며, 나중에 반드시 다시 오겠다는 깊고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네왔다.

오직 한 사람의 상처 입은 영혼만을 위해 정성스레 마련된 시간. 자신을 짓누르던 거대한 마음의 무게를 스스로 걷어차고 본래의 투명한 평안을 찾아가는 그 거룩한 부활의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사명과 보람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 눈부신 제주의 숨비명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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