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푸른 바다가 품고 있는 맑은 바람과 한라산의 깊은 숨결이 머무는 곳, 서귀포 약천사에서 4월 12일부터 2박 3일간의 숨비명상이 진행되었다.
2명이 참가한 이번 명상은 제주라는 공간이 지닌 원초적인 생명력이 그 자체로 훌륭한 치유의 도화지가 되어 참가자들의 묵은 스트레스와 찌든 번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램의 첫 단추를 끼운 첫날 저녁, 고요한 산사에 어둠이 무겁게 깔리는 가운데 마음챙김 명상의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일상의 번잡한 상념들과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들을 배낭처럼 무겁게 짊어지고 도량에 발을 들인다.
지도자로서 나의 첫 번째 역할은 그 무거운 짐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도록 의식의 방향을 이끌어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들고 나는 호흡의 미세한 떨림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과거나 미래로 흩어지려는 의식을 '지금, 여기'라는 절대적인 현재의 순간으로 닻을 내리도록 안내했다.
흙탕물이 가득 찬 유리병을 흔들림 없이 가만히 내려두면 이내 부유물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투명한 물결만 남듯이,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 과정을 통해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고 내면의 깊은 안정을 서서히 찾아가는 참가자들의 고요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지도자만이 누릴 수 있는 조용한 기쁨이다.
이튿날 오전에는 사찰의 울타리를 벗어나 제주의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걸작, 외돌개를 향해 묵언의 걸음을 내디뎠다.

걷기 명상은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묵직한 감각과 피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결을 온몸의 감각기관을 열어 알아차리는 대단히 섬세한 수련이다.
파도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경쾌한 자연의 소리는 참가자들의 복잡한 뇌파를 잠재우고 내면의 고요를 일깨우는 가장 훌륭한 법문이 되었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의식을 온전히 담아 걷는 동안, 참가자들은 평소 나와 세계를 날카롭게 구분 짓던 인위적인 경계를 허물고 대자연의 일부로서 완벽하게 하나로 공명하는 합일의 감각을 경험했다.

자연의 거대한 호흡에 자신의 작은 호흡을 맞추며 걷는 이 시간은, 굳어있던 심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숭고한 의식과도 같았다.
몸과 마음의 이완이 충분히 이루어진 오후 3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지혜 명상에 돌입했다.
마음챙김이 마음의 거친 토양을 평탄하게 다지는 작업이라면, 지혜 명상은 그 비옥해진 밭 위에 삶을 긍정적으로 조망하고 통찰하는 새로운 시야의 씨앗을 심는 과정이다.
특히 이번 일정에 청주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두 명의 참가자가 보여준 구도의 열정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들은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나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며 1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는 깊은 몰입의 상태를 유지했다.
명상이 끝난 직후 이어진 차담 시간, 그들 내면에서 솟구쳐 오른 본질적인 질문들이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쏟아졌다.
삶의 불가피한 고통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하고도 절박한 문답이 오고 갔다.
그 열띤 열망을 중간에 꺾을 수 없어, 당초 예정되어 있던 요가 수련 시간을 과감히 생략하고 묻고 답하는 데 온전한 시간을 할애했다.
정해진 형식과 시간표에 얽매이기보다 참가자의 영적 갈증을 온전히 해소하도록 돕는 것이 지도자의 더 큰 책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삶의 어떤 역경과 불확실성 앞에서도 스스로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긍정할 수 있는 시선의 전환, 즉 삶의 지평을 넓히는 지혜의 관점을 쥐여주는 데 주력했다.
마지막 날 동이 틀 무렵, 맑은 기운을 품고 참가자들과 다 함께 숲이 우거진 산으로 이동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거칠어지는 호흡 속에서 펄떡이는 살아있음의 감각을 절실히 느끼고, 마침내 정상에서 맞이하는 탁 트인 풍광 속에서 지난 2박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숨비명상을 통해 참가자들이 얻은 깊은 만족감과 마침내 되찾은 마음의 평화는, 수련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필설로 다할 수 없는 벅찬 보람과 사명감을 안겨주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관찰하고 비워내는 수련의 기쁨을 깊이 체득한 청주의 두 도반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불과 두 달 뒤에 열리는 해인사 템플스테이 일정까지 참가를 신청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때는 이 명상의 귀한 가치를 함께 나누고픈 새로운 지인 한 명을 더 동반하여 오겠다는 반가운 약속을 남겼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내면에서 조용히 점화된 평화의 불씨가 이렇듯 타인의 삶으로 따뜻하게 번져나가는 현장을 목도하는 것은 진리를 안내하는 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제주 약천사에서 깊게 울려 퍼진 맑은 숨비소리가, 이들이 다시 마주할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지혜와 평안의 샘물로 솟아나기를 진심을 다해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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