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숨비명상 (5월 24일)

제주

제주

지난 5월 24일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서귀포 약천사에서 2박 3일 숨비명상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참가자는 총 세 분이다. 담낭암 수술 후 회복기를 맞아 제주로 오신 교사 한 분과, 대학생 두 분이었다. 대학생 중 한 분은 가정 폭력으로 인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다.

첫날 저녁, 사찰의 고요 속에서 마음챙김 명상으로 시작된 여정은 각자가 품어온 삶의 무게를 조용히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숨비'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물숨'을 떠올렸다. 해녀들이 한계를 넘어 바닷속에서 버티다 들이마시게 되는 죽음의 숨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병으로,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로, 누군가에게는 견뎌온 시간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9e8a64b572ea4.jpg

둘째 날 아침, 제주의 푸른 바다를 마주하며 걷는 명상을 계획했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우리의 발걸음을 막았다. 우의를 챙겨 입고 짧게 걷다가, 우리는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떤 프로그램보다 깊고 진한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fb0cd2685e8eb.jpg

가정 폭력의 상처, 병을 앓으며 마주한 죽음의 두려움, 청춘의 무게 속에서 견뎌온 외로움이 차례로 펼쳐졌다. 각자의 짙은 상처를 꺼내어 놓고, 우리는 함께 울었다. 턱까지 차오른 묵은 감정을 단숨에 뱉어내는 가장 완벽한 정화였다.

마지막 날 역시 비는 멈추지 않았다. 산 걷기 명상은 실내 명상으로 대체되었고, 우리는 약천사라는 공간이 주는 웅장한 고요함 속에서 오직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다. 비바람이 계획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dde132b05beea.jpg

이번 템플스테이는 진행자인 내게도 큰 가르침을 주었다. 완벽한 프로그램이 완벽한 치유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날씨로 인해 일정이 계속 변경되었음에도, 참가자들은 오히려 그 속에서 더 깊이 자신을 만났다. 욕심을 내려놓고,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의 아픔을 온기로 보듬는 법을 배웠다.

'숨비소리'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생명을 얻는 환희의 노래다. 이번 2박 3일, 우리는 각자의 '물숨'을 내쉬고 새로운 '숨비소리'를 불렀다. 한결 단단해진 회복탄력성을 품고, 다시 일상이라는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이들을 보내며 나 또한 깊은 감사를 느낀다.

비바람 속에서도 피어난 치유,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 완벽했던 시간이 이번 약천사 숨비명상 템플스테이가 내게 남긴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